위장이혼도 이혼이다!

위장이혼도 이혼이다

부부가 살다가 더 이상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뜻이 맞지 않으면 서로 협의하여 이혼할 수 있다.

 

다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쫓아내는 축출이혼(옛날에는 '소박맞는다'고 표현했다)을방지하기 위해 실제로 이혼의사가 있는지 가정법원의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빚에 쪼들리자 임시방편으로부부로서의 관계를 끝낼 의도 없이 형식적으로만 이혼을 한 경우도 유효할까? 협의이혼에 있어서 이혼의 의사는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고 이에 기초해 이혼신고를 했다면,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그 이혼은 법적으로 유효하다. 즉 위장이혼도 일단 이혼을 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하므로 유효하다는 말이다.

실제 사례 중에는 남편이 사업상 곤궁한 형편에 처해 거짓으로 이혼하면서 모든 재산을 부인 앞으로 돌려놓는 대신 사태가잠잠해지면 그때 가서 다시 결합하기로 하였는데, 이혼 후 부인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전남편과의 재결합은 물론 재산 반환도 거부하여 곤란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혹시라도 당장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위장이혼을 고려중인 사람이 있다면, 조강지처뿐 아니라 조강지부도 헌신짝처럼 내버려질 수 있음을기억하자.

상대방이 협의이혼에 응하지 않으면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혼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법이 인정하는 이혼 사유는 다음과 같다.

•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 다른 이성과의 성행위뿐 아니라 사회관념상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성행위가 불가능한 남자가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지속적으로 동침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 악의의 유기 : 가정과 일은 내팽개쳐둔 채 날마다 술을 마시고도박을 하는 경우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와의 동거나 부양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이다.

 

●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여기서 심히 부당한 대우란 신체적·정신적 학대나 심각한 모욕을 의미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남편이 지속적으로 학대하면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

• 자신의 직계존속에 대해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 친정 부모나 시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 3년 이상의 생사불명 : 해외여행을 간 후 3년 이상 소식이 끊긴경우처럼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 기타 중대한 사유 : 결혼생활이 심각하게 파탄되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거나, 결혼생활을 계속 강요하는 것이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모든 경우를 상정한 규정이다. 

 

결혼생활은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이혼 사유를 일률적 ·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당하므로 이와 같이 포괄적인 규정을 두어 탄력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판례를 보면, 과도한 신앙생활로 인해 결혼생활을 소홀히 한 경우, 성적 불능이나 성병에 감염된 경우, 오랜 기간 이유 없이 성행위를 거부하거나 불치의 정신병에 걸린 경우, 회복 불가능한 조울증, 어린이학대, 아내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심각한 낭비벽이 있는 경우 등은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된다고 했다. 

 

반면 임신 불능, 치료 가능한 우울증, 한때 이혼하기로 합의해 재산을 분할하고 위자료를지급한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결혼생활 파탄의 원인이 상대방에게있음을 증명하면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문제는 결혼생활의 파탄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도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회사 여직원과 바람이 난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에 대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지만, 상대방도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땅백함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면 예외적으로 유한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바람난 남편을 이혼 정구를 못하지만, 부인이 이혼에 응해주지 않는 이유가 단순'너도 맛 좀 보라'는 식의 보복적 감정이나 오기 때문이라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