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도 계약이다.
가난하지만 잘생기고 성실한 A 남과 어릴 때부터 부족함이 없이 자란 부잣집 딸 B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흔하게 접흩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이다.
A와 B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 뜨겁게 사랑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남자는험한 꼴을 당하고 여자는 부모의 강압으로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하게 된다.
A는 사랑하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헤어질 생각까지하지만 B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깨닫고는 둘이 함께 먼 곳으로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혼식까지 올린 예비신부가 용감하게 '옛 연인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면 A와 B 두 남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 달콤한 연애를 계속할까?
약혼을 한 사람이 다른 이성과의 만남을 지속하여 결국 파경에 이르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법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약혼은 장차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계약이므로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어느 한쪽이 마음대로 해제(파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혼을 해제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약혼한 후에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성병이나 불치의 병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과 약혼하거나 결혼한 경우, 약혼 후에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 학력 · 직업 · 재산 상태 등을 크게 속인 경우, 나이나 처녀성을 속인 경우, 예전에 만나던 다른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의 경우처럼 약혼의 상대방이중대한 잘못을 저질러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 약혼을 해제한 사람은 해제의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두 집 안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약혼을 해제할 때에는 대부분 서로 조용하게 합의하여 해결하기 때문에 약혼 해제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한쪽 당사자에게 위에서 말한 약혼 해제의 사유가 있어 파경에 이르렀다면상대방은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에 앞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약혼 해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서로 주고받은 예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가령, A와 B가 약혼하
면서 예물을 교환했는데 A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어 약혼이 파기된 경우 예물은 어떻게 될까?
약혼 해제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B가 A에게 예물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A도 B에게 자기가 준 예물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약혼 해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자신이 제공한 약혼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B는 자신이 받은 예물은 돌려줄 필요가 없고, 자신이 A에게 준 예물은 되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위의 사례에서 A와 B가 아무런 문제없이 결혼까지 했는데 나중에 A가 바람을 피워 이혼하게 된 경우에도 A는 B에게서 받은 약혼 예물을 반환해야 할까?
약혼 예물은 결혼이 성립하지 못하면 다시 돌려주기로 하는 조건이 붙은 증여와 유사하므로 일단 적법하게 결혼을 하면 약혼 예물에 대한 서로의 반환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비록 결혼 파탄의 원인이 A에게 있다 하더라도 결혼이 상당 기간 계속된 이상 B에게서 받은 약혼 예물의 소유권은 A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A가 처음부터 성실히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A의 예물반환의무가 인정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일상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장이혼도 이혼이다! (3) | 2023.04.11 |
---|---|
법원의 석명권이란! (0) | 2023.04.11 |
고소와 고발,그 미묘한 차이! (2) | 2023.04.10 |
활동 마인드맵 (0) | 2023.04.10 |
형사합의서, 이렇게 작성해요! (0) | 2023.04.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