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석명권이란!

 

법원의 석명권이란

 

금액이 비교적 적은 소액사건은 당사자들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법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법정에서 소리치며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재판 도중에 판사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기도 한다.

재판기일에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다가 판사에게 뭔가를 물었는데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알아보라고만 해서 기분이 상했던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판사가 당사자에게 재판과 관련해 모든 사항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주장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제출할 책임은 원고와 피고에게 있고,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한 소송자료들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이것을'변론주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는 법원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당사자들이 하는 말과 증거를 토대로 적정한 법을 적용하기위한 당연한 원리다.

그러나 모든 소송 과정을 당사자에게만 맡겨두면 자칫 불분명하거나 불필요한 자료가 섞이거나 재판부가 생각하는 소송방향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 결국 소송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재판부는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에게 질문을 하거나 증명을촉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당사자가 간과한 법률적 사항을 지적하면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를 두고 '석명권' 또는 '구문권'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짚어두고 가야 할 사항이 있다. 석명권은 소송진행의 전 범위에 걸쳐 재판부가 재판을 주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석명권은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 있어서 당사자의 신청이나 주장에 불분명·불완전 · 모순이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등의 소극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될 뿐, 새로운 신청이나 주장.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당사자에게 권유하는 식의 적극적인 설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차용증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그 차용증에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어서 재판부가 A에게 "제출한 차용증만으로는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정을 입증하는 데 부족하니, 돈을 빌려줄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증인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라."
라고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에서인정하는 범위 내의 석명권이다.

그런데 이러한 범위를 넘어서서 재판부가 A에게 “이 돈은 대여금이라기보다는 물품대금채권 같으므로 즉시 소 변경 신청을 하고, 상대방도 누구누구를 더 추가하고, 또 이와 관련해 물품계약서와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하라."라는 식으로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내용들을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면 B 입장에서는 재판부가 A 편만 들어주면서 편파적으로 재판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판사라는 심판자적 입장에서 당사자들이 묻는 내용들을 아무 제한 없이 다 가르쳐준다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소송 경험이 부족해 답답해하는 한쪽 당사자를 위해 판사가 적극적으로 이러이러하게 증명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입증에 실패하여 패소했을 경우 "판사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패소했다."라며 그 책임을 판사에게 돌릴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재판부는 “소송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들은 주변의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송은 어떤 면에서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판사를 합리적인 주장과 증거로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법적인 주장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여 재판부로부터 믿음을 얻어내는 데 실패하면 비록 그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패소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송을 직접 수행할 때에도 법률 전문가와 접촉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