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하면 받은 만큼 책임진다.

한정승인하면 받은 만큼 책임진다

강만수 씨 가족은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지만 서로 아끼고 위하며단란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강만수 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1999년 초,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버지 강인국 씨는사업도 내팽개치고 매일 술과 도박에 빠져 살면서 자주 다니던 술집마담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등 흥청망청 어긋난 생활을 계속했다.

 

그런 아버지와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강만수 씨는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집에서 나와 학교 근처에 작은 방을 얻어 혼자 살았는데, 2002년 4월경 술집 종업원과 살림을 차리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버지와 크게 다툰 후로는 아예 왕래를 끊어버렸다.

그렇게 서로 소식을 끊고 살아오던 중 강만수 씨가 군에 입대하여 일병을 갓 달던 2004년 10월 20일 아버지가 사망했다. 

 

그후 강만수 씨는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였는데, 2006년 5월 10일 자산유동화 전문회사라는 곳으로부터 상속채무 5천만 원을 변제하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 책임진다?

상속의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사망한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자신이 상속한 범위 내에서만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상속인에게 예상치 못한 거액의 채무가 무조건적으로 상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한정승인을 하려면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하여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상속인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모두 기재해야 하며, 만일 고의로 빠뜨리면 단순승인을 한것으로 간주된다.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고, 단순승인의 경우처럼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즉 상속채무를 전액 승계하기는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가 상속재산에 한정될 뿐이므로 채무와 책임이 분리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1천만 원을 상속받았는데 빚이 3천만 원이어서 한정승인을 한 경우, 아들은 아버지의 빚 3천만 원 전부를 갚아야 할의무는 있지만, 1천만 원까지만 갚으면 나머지 2천만 원은 갚지않아도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아들이 1천만 원보다 많은 1천8백만 원을 갚았다면 채권자에게 8백만 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는 상속인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피상속인(사망자)의 채무를 보증한 사람은 채권자에 대해 그 채무와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가령, A가 B에게 진 빚 5천만 원을 C가 보증했는데 A가 사망한 경우, A의 아들(상속인인 a는 한정승인을할 수 있지만 C는 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주 채무자인 a의 책임보다 보증해준 C의 책임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결과가 된다.

만약 선순위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후순위 상속인은 어떻게 될까? 

 

이 부분이 상속포기제도와 한정승인제도의 중요한차이점 중 하나이다. 

 

선순위 상속인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인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어 상속채무가 승계되지만, 선순위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후순위 상속인에게는 상속채무가 승계되지 않는다. 

 

예컨대 할아버지, 아버지,아들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하면아들이 상속받게 되지만, 아버지가 한정승인을 하면 아들에게는 상속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